[개인작] blinking game - 미완

'눈싸움'이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작품 하나를 쓰고 싶다.

 

도입과 후반, 중반만 구상했음. 훗날 추가할 예정. 

전형적인 로맨스 서사가 가미된다면 도, 중, 후반이 아름다운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고,테마랑 이어져 있으니

그것대로 나쁘지만은 않은 글이 될 것. 인물과 배경 설정 없이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므로,

이후에 건설적으로 설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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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자, 지금부터 눈싸움을 시작할 거야. 먼저 눈을 떼거나 피하거나 감는 사람이 지는 거야."

"글쎄,엠마. 너를 쳐다보고 있기만 하는 걸로 여생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자신 없는 걸."

"하나, 둘, 셋, 시작."

 

엠마의 호기로운 음성에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케빈은 못말리겠다는 듯이 웃었다가 금세 진지한 표정이 되어 인상을 굳혔다. 엠마는 케빈의 뺨에 제법 차가운 제 손을 대고, 뜨끈한 그것이 전도되기를 기다렸다. 반칙이야, 엠마. 농담조의 가벼운 타박이 들려오면 엠마도 따라 웃지만 짖궂은 손을 거두지는 않는다. 조금 야비할 수 있어도, 엠마는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끝까지 케빈을 제 눈에 담은 채, 역시 순순히 네가 저녁을 만들지 그랬어, 하고 꾸짖고 싶었다. 하지만 케빈은 만만치 않았다. 긴 속눈썹이 몇 번 옴싹였지만 결코 눈을 감지는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팽팽한 대치는 생각보다도 오래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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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선원이란 직업은 혼자 살 보금자리에 그리 욕심을 부리지 않게 한다. 달리 말해, 같이 사는 보금자리에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입장에선 그리 호기로울 수 없다. 옐로우 시티의 노란 지붕 집. 엠마의 집과 언제나 난로에 불을 킨 채로 케빈을 기다려주는 엠마. 지상과의 연관이 없다고 여겨질 때, 엠마를 마주치면 케빈은 언제고 다시 육지의 남자가 됐다. 

 

ㅡ

 

 

중반

 

혹독한 폭설은 근방 모두를 야외에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했던 모양이다. 옐로우 시티의 모두는 자신만의 저택에 갇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엠마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마시고 있을 지도 모르고, 케빈이 좋아하는 모닥불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도, 혹은 두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이불 속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 옐로 시티에서 유일하게 외출한 두 사람, 서로를 끔찍히도 미워하게 된 바람에 그러한 공통점은 다 망각해버린 두 사람이 여기 서 있다. 파퍼 미용실 앞에서 엠마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로 양 손에 바닥에 쌓인 눈을 쓸어담고 있었다. 인도의 시멘트가 묻어 새까만 눈이 손에 묻어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 초도 걸리지 않아 한 뭉텅이를 만들어 냈고,- 이것을 뭉텅이라고 표하는 이유는 뭉치가 되기에는 너무 부실하게 굳어졌기 때문이다 - 몇 번이고 이를 반복했다. 심상찮은 징조를 보이는 것은 케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확히 파퍼 미용실의 길 건너 맞은편인 로자의 옷가게 앞에서 엠마와 동일한 일을 반복했다. 이 쪽은 조금 더 느긋해서 마지못한다는 기색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눈덩이는 단단하게 다져져서 크기도 엠마의 것보다 컸다. 눈을 쓸어 담을 때마다 그의 가죽 장갑 끝무리가 달랑였다.

 

"자, 지금부터 눈싸움을 시작할 거야! 지는 사람이 순순히 집에서 나가는 거야."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끝을 내겠다는 거, 하나도 이해하지 못 하겠어."

"알게 뭐야. 이 나이에 추하게 너랑 육탄전이라도 벌여야 해? 싫어, 싫다니까. 이게 고상한 거야."

 

씩씩대며, 엠마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케빈을 향해 눈무리 하나를 던졌다. 눈무리는 케빈이 있는 길 맞은편까지 채 닿지 못하고 공중에 흩어지면서 입자들이 흩날렸다. 공격으로선 무효했다고 쳐도, 그것은 케빈을 도발하기 충분했다. 케빈은 있는 힘껏 제가 뭉쳐둔 눈덩이 하나를 던져버렸다. 머리에 직격에 맞은 엠마는 크게 비틀거렸으나, 케빈이 우려할 새도 없이 ㅡ 사실 그가 우려했을 거란 보장도 없다 ㅡ 바로 제 것 하나를 더 던져 케빈의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췄다. 케빈도 질세라 눈덩이를 던지기 시작했고, 고요한 옐로우 시티에는 두 성인남녀의 눈 세례만이 이어졌다. 이따금 비명소리나, 제법인데, 작작 하시지, 하는 음성이 공간을 어지럽혔다.

 

(중략) 두 사람은 결국 두 사람의 집으로 나란히 귀환했다. 피부에 있는 작은 솜털마저 얼음이 낀 것 같이 불쾌하고 시려웠다. 뜨거운 물로 씻으며 엠마는 다음에는 어떻게 케빈을 내쫓을 지(메인 테마가 될 수도 있을 듯) 고민했다.

 

(중략) 겉 보기에는 여전히 완벽한 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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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

 

"자, 지금부터 눈싸움을 시작할 거야."

 

엠마는 울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전 인류의 설움이 다 담긴 것 같았다. 떨리고, 흩어지고, 무른 것이 전 날 메인 스트리트에서 그녀가 마구 던져 댔던 눈덩이들을 닮았다. 허나 오늘 그녀의 품에 들린 것은 그간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들이다. 

 

결말

 

지금부터 눈싸움을...

 

 

(구상한 게 더 있기는 한데, 30분 경과. 집중력이 벌써 끝났다.)